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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려서부터 보고 들어왔던 그런 동화의 이야기는 우리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었다.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래서 불편함 없이 끝까지 이야기를 읽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지못하는 이 스위스의 이야기꾼은 동화 속의 판타지와 현실세계의 냉정함을 섞어 이야기를 지어냈다. 그 덕분에 얼마나 심기가 불편했는지 그리고 몇 번의 헛웃음을 지었는지...
시종일관 어이 없는 이야기만 주욱 늘어놓는다. 여기서 어이 없음은 우리가 이제껏 봐왔던 동화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가령 깊은 잠에 빠져있는 공주를 구한 왕자는 공주와 결혼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왕자는 이미 기혼자이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집의 아이들이 바로 이렇게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유치원이나 집에서 읽었던 동화책들의 내용과 주변 환경에서 스스로 겪었던 내용을 뒤섞어서 마구 떠들어댄다. 지켜보고 있자면 신기하기도 하고 가끔 황당함에 웃음이 빵빵 터지기도 한다. 이 책 안의 이야기들이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어린이들이 직접 지어낸 듯한 신기한 이야기들만 모여있다.
어른이 읽기에는 내용이 좀 황당했지만 안의 그림이 눈에 띄어 집어들은 책이다.
이 책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읽어봐라.
난쟁이와 고속도로
어떤 난쟁이가 숲 가장자리 커다란 전나무 뿌리 밑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개암과 딸기, 도토리를 모으고 멋진 하브 수프를 끓이고 때로는 밤새 농부들의 버찌를 따는 것을 돕기도 했다.
어느 날 아침 난쟁이는 깜짝 놀라 건초 침대에서 뻘떡 일어났다. 단지와 찻잔들이 흔들리고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듯 쿵쿵 울리고 갈라지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전나무 뿌리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굴착기와 트럭, 증기롤러와 불도저가 보였다. 이들은 난쟁이 집 바로 앞에서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난쟁이는 깜짝 놀라 건초 침대에서 뻘떡 일어났다. 단지와 찻잔들이 흔들리고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듯 쿵쿵 울리고 갈라지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전나무 뿌리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굴착기와 트럭, 증기롤러와 불도저가 보였다. 이들은 난쟁이 집 바로 앞에서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난쟁이는 온 정신력을 모아서 건설 인부들에게 무서운 저주를 내렸다. 하지만 일어난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굴착기의 삽이 부라진 것뿐이었다. 그러자 즉시 새로운 굴착기가 조립되었고, 똑같은 속도로 트럭 위에 초원의 조각들을 실었다.
난쟁이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살림을 배낭에 꾸린 다음 전나무 뿌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숲 속으로 사라져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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