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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을 찍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아이 목욕시키느라 개기월식이 시작하는 시점을 놓치기는 했어도 끝나는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많아 목욕을 마치고 아이를 방치한 채 부랴부랴 카메라를 준비했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가 발생했다. 인터벌 촬영 모드를 익히고, 렌즈를 바꿔끼우고 있었는데, 스피커폰으로 전화 발신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기가 잠겨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는 건 백퍼센트 긴급통화인데, 아니나 다를까 화상전화로 112에 통화가 되고 있었던거다. 너 어디에 전화거냐고 물어보면서 전화기를 뺏은 다음, 누군가 전화를 받길래 긴장되는 목소리로, "아이가 잘못걸었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를 했다. 그 과정을 아이가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경찰이 직접 받은 게 아니라 무슨 안내 멘트가 나오고 있어서 별 문제 없이 끊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아이가 슬그머니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더니 몸에 힘을 주면서 훌쩍이는 거다. 괜찮다고 쓰다듬으면서 얼굴을 봤는데, 소리만 안 내고 있었지 이미 오열하고 있었다. 허... 얼른 괜찮다고 괜찮다고 토닥이는데, 그제서야 큰 소리로 울면서 안아달라고 외쳐댔다. 내가 전화기를 가져가 조치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며 놀랐었나보다. 한참 토닥이다 좀 진정이 되고, 귀엽기도 해서, "주하가 도깨비 아저씨한테 전화한 걸 아빠가 얼른 끊은거야."라고 떡밥을 던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떡밥을 딱 물었다. 그 이후부터 도깨비 아저씨 못오게 해달라고 하고, 자기는 지금 말 잘듣고 있고 앞으로도 말 잘들을거니까 도깨비 아저씨 오면 쫓아버리라고 그러기도 하고. 자기전에도 도깨비가 왔는지 안 왔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재밌더라. 나중에 말 안 들으면 쓸만하겠다. 그래도 좀 안스러운게 있어서, 자주는 안 쓰려고 한다.
아.
그래서 개기월식은...
그렇게 아이를 달래다가 조금 진정이 됐길래 아이를 안은 채 앉아서 카메라 대강 세팅을 하고, 이불로 아이를 칭칭 감아 춥지 않게 해 놓은 다음, 내가 잘 보이게 문을 활짝 연 상태로 현관 앞에 삼각대 세팅을 했다. 어차피 렌즈에 한계가 있어서 제대로 안 나올 거니까 적당히만 맞춰 놓고 찍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첫 번째 궤적은 지구가 달을 완전히 가린 상태여서 달 표면이 제법 잘 나왔다. 중간에 잠깐 나가서 확인했을 때 프레임에서 달이 사라졌길래 노출은 그대로 두고 구도만 바꿨는데, 이 이후 궤적에서는 달이 점점 그림자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이라 그림자에서 벗어난 부분이 태양처럼 밝게 나와버렸다. 아쉽네. 그리고. 로우 포맷으로 촬영했으면 참 좋았을 것을...
그러지 못한 게 바로 아이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긴 글을 쓰게 됐다.
찍은 거라도 살리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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